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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문득 행복한 밤...
글쓴이: 들꽃   날짜: 2016.10.26. 00:49:48   조회: 19967   글쓴이 IP: 211.46.27.71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동창 아들 결혼식에 왔다가 네가 없어 전화했다"
"내게도 동창회에서 알림 메세지가 왔지만 학창때 전혀 왕래가 없어 안갔다"
"그럴줄 알았다. 그런데 왜 집에 오지 않는거냐? 말만하고선..."
"그려 마안하고 화욜이나 목욜은 시간 낼 수 있으니 그때 쯤에 갈께..."
"매주 목욜은 직원과 산행 등이 있고 화욜은 언제던지 시간이 있으니 그날 와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왜 자기 집에 "놀러오질 않느냐"와 "못 간 변명이 주를 이룬 대화"였습니다.

고등학생때 주로 붙어 다닌 친구였거던요. 집이 용문이라 방학때는 아예 친구 집에서 같이 공부한다는 핑계로 눌러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어려서 고향을 떠난 부모님때문에 고향이 뭔질 몰랐던 제겐 양평 용문은 지금도 아늑한 고향같네요.

중학생때 같은 반 친구중 두명이 아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방과후에는 같이 집으로 오고 평일에도 그 친구집에 모여 FM라디오 들으며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며 "영원히 우정을 변치 말자"며 고백이라도 하듯 한 친구들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군입대도 비슷한 시기에 같이 하였고 공교롭게도 휴가도 같은 날 나오기도 하여 쌍둥이들 처럼 그냥 붙어 다녔던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결혼을 한 후 처음에는 집으로 오고 가고 하였는데 어느날 부터는 전화걸기도 어려워 지네요. 처가집 왕래가 잦아지면서부터 였거던요. 그러다가 왕래가 끊어졌고 몇년 후부터 일년에 한번 망년회에서나 보는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망년회서의 만남도 반가웠지만 두어시간이 흐르면 그만 집에들 가자하면서 헤어집니다. 친구들의 딸 아이들이 있지만 얼굴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지난해 제주에 갔는데 호텔 창가에서 밤 바다를 보다가 문득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도무지 제가 전화를 걸 사람들이 떠오르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먼저 다가와 영원한 친구가 되자느니 혹은 내가 아니면 누가 너한테 이런 걸 다해 주겠니 하던 친구들 이런 정겨운 친구들이 몇 있었는데... 이 친구들 역시 이제는 망년회에나 잠시 얼굴을 보며 서로가 매우 친한척 떠들다 헤어지곤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앞으론 이런 친구들 만나지 않을려 생각 중입니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아무리 친하였으면 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후 평소에 한번도 오고 가지도 않았는데 망년회때 한번 만나 회비내고 잘난척 하며 떠들면 친한 친구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거 정말 싫었거던요...

밤이 깊어가고 시간이 호젓하니 별 생각이 다 듭니다. 스쳐가는 생각들로 조금은 마음이 어수선 하지만 문득 행복해 지는 밤입니다. 자기 집으로 놀러오질 않는다고 간혹 전화로라도 책망해 주는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려요. 모두가 자기 삶을 살아갈테고 살아가다 보면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얽메어 그럴것입니다만 여러 친구들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사실 친구들에 크게 얽메이지 않고 살아 왔지만 오늘 밤은 친구들에 대하여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늙어 가려는 징조같습니다. 

노사연이는 뭐 늙는게 아니고 "익어가는 거라" 노래 불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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